날터뷰-전국 첫 '해녀'길, 해녀를 만나다

정치경제부 박정
jp@tbc.co.kr
2023년 12월 02일

[앵커]
얼마 전 제주 해녀 어업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세계 주요 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는데요.

포항 구룡포에도 전국에서 유일한 해녀길이 있고,
해녀 학교가 내년에 개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박 정기자가 구룡포리 해녀길에서 해녀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이름이라는 건요. 무언가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것, 그 이상의 의미와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제 이름이 '정'인데, 뜻대로 곧게 살아가라는 바람이 담겨있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의 이름이 뭔지 아세요. 구룡포 해녀길입니다. 전국에 있는 도로명 주소 가운데 해녀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저는 오늘 이 해녀길을 따라서 해녀들을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성정희/포항 구룡포 해녀어촌마을계장]
"물에 있는 시간은 4시간, 또는 3시간도 있고..." (힘들진 않으세요?) "당연히 힘들죠. 왜냐하면 해녀들은 '칠성판을 지고 물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죽음을 무릅쓰고 간다는 뜻인데,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도 하고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내가 물을 좋아해서, 바다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해녀의 직업에 매우 만족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해녀를 하겠어요. 이만큼 좋은 직장이 어디 있느냐 싶을 정도로... 물건(해산물) 올리고 하다 보면 그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빨리 흘러가요. 그리고 또 바다에 들어가면 잡생각이 없잖아요. 스트레스를 확 풀고..."

[손명수/경북해녀협회 사무국장]
(동해의 해녀 문화가 어떻게 이어지고 전수가 되어갔으면 좋겠는지?) "문화로도 이어가야겠지만 그것보다 국민들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또 가까이에 있는 그런 해녀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세대에서 이 문화가 완성될지는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후학의 양성을 일찍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마 내년부터 해녀학교를 시작하게 될 건데, 그 지역에 있는 젊은 사람들을 해남 해녀로 이끌어줄 수 있게끔... 마음을 단단히 먹으신 분에 한해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녀 일이라는 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확실히 여기 사명감을 느끼고, 일종의 봉사정신이 있는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해녀라는 이름에는 맨몸으로 거친 바다를 가르는 강인함과 함께, 삶의 굽이굽이 서로 버티며 의지해온 공동체 문화가 진하게 배어있단 생각이 듭니다. 해녀. 앞으로도 오래 오래 부를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촬영 최진환)